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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큼이나 대단한 영향력을 지닌 애니메이션도 매우 드물 것이다. 단지 잘 만들어진 로봇 애니메이션 이상의 성질을 지닌 작품인 [에반게리온]은 신생업체인 가이낙스를 일약 거대 제작사로 탈바꿈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으며,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특히 메카닉 계열의) 철학적 리소스를 첨가하는 것을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창때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에반게리온]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가이낙스는 '너무 우려먹어 사골게리온'이란 별명까지 들었던 [에반게리온]의 신 극장판 프로젝트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안티를 포함한) 팬들에게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이전의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바]를 뒤로한 채, '재구축'이라는 의미의 [리빌드 오브 에반게리온] 프로젝트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를 시작으로 야심 찬 출발을 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반게리온: 서]는 대단히 만족스런 작품으로 토미노 요시유키의 얄팍한 재활용 누더기였던 [Z건담 극장판]과는 질적으로 다른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리빌드'라는 의미처럼 [에반게리온: 서]는 분명 TV판과는 다른 세계관을 다루고 있음에도 얼핏 봐서는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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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재구축을 선언한 [리빌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첫 번째 작품 [에반게리온: 서].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주요 등장인물인 아스카는 등장하지 않는다. [에반게리온: 파]에서부터 합류할 듯.

아마도 후속편인 '파'에서 본격적인 리빌드의 차이를 실감하게 할 요량으로 보이는데, 어쨌거나 [에반게리온: 서] 만큼은 일단 TV판과의 체감차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그야말로 맛보기만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에 대해 '대충' 알거나, 아예 처음 보는 사람들은 오리지널 [에반게리온]과 달라진 수많은 미세한 차이점들을 눈치채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이것이 TV판의 다이제스트와 무엇이 다르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들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에반게리온: 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허술한 작품이 절대 아니다!

작품의 해설에 대해서는 예전에 필자의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설명을 했는바, 그 점은 이번 리뷰에서 생략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서 [에반게리온: 서]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완전히 새로운 작화로 재작업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에반게리온: 서]는 전형적인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에반게리온: 서]의 70%에 해당하는 시퀀스는 기존 TV판과 동일한 장면을 리테이크 했으며, 최대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아주 정교하게 재작업을 했다. 상당 부분의 장면을 이미 TV판을 통해 접한 것 같지만 실은 모두가 새로 그린 작화라는 얘기다.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절반 이상을 20년 전의 구작화 필름과 짜깁기한 토미노 옹의 [Z건담 극장판]의 악몽은 잊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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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화와 구작화의 비교. 샷의 구도가 TV판을 베이스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과 색감, 그리고 작화의 퀄리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그렸으면서도 다시 그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기 위해 정교한 리테이크 작업을 한 가이낙스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이에 더해 클라이맥스의 '야시마 작전' 시퀀스는 아예 통째로 바꿔 버렸다. 바야흐로 극장판 에반게리온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대형 스크린에 걸맞은 박진감이 요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아주 잘 살아있으며 적절한 CG의 사용 역시 별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TV판과 비교되지 않는 뛰어난 음향 효과

무엇보다 [에반게리온: 서]가 기존의 TV판과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음향이다. 앞에도 설명했듯이 작화 자체는 아주 정교하게 작화 작업이 새로 이루어진 관계로 TV판과의 체감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6.1 채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의 박력과 긴박감은 '역시 극장판!'이란 탄성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박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사도와의 전투 장면. 누가 뭐래도 [에반게리온: 서]는 액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메카물이니 만큼 거대 로봇과 사도의 전투에서 발생하는 폭발음의 강렬함을 통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사운드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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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과의 차이점은 사도 사키엘과 연합군과의 전투 장면에서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엄청난 집중포화로 시작되는 초반부의 전투 장면은 TV에서 미쳐 느끼지 못했던 박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줌으로써 '극장용은 사운드가 다르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DVD로 출시된 [에반게리온: 서]에서도 극장용 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도록 DTS-ES라는 레퍼런스급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단지 폭발음과 같은 큰 소리에서만 사운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화면들에서도 한여름의 더위를 연상케 하는 매미의 울음소리나 생활상의 사소한 소음들까지도 섬세하게 잡아내는 가이낙스의 연출력이 사운드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DVD로 출시된 [에반게리온: 서]의 사운드 스펙은 그런 의미에서 레퍼런스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DD-EX, DTS-ES의 화려한 스펙으로 수록된 음향은 여느 실사영화만큼이나 섬세한, 특히 가이낙스의 장인정신이 살아 숨쉬는 세세한 디테일의 소리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하며, 일본판 DVD에서는 누락된 DTS-ES 트랙이 '한국판'에만 수록된 것도 열악한 한국의 DVD 시장을 생각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황송할 정도로 좋은 품질의 DVD가 출시된 덕분에 엑스캔버스 홈씨어터가 갖춰진 분들은 우다타 히카루의 'Beautiful World'도 최상의 사운드로 감상하실 수가 있다. 엔딩 타이틀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에반게리온: 서]의 감동을 모두 만끽하시길. 그 후에 또 하나의 작은 서비스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역시 가이낙스의 팬 서비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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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엔딩 크래딧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성질 급한 관객들은 가이낙스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서비스 장면을 구경도 못한 채 극장 문을 나서야만 했을 것이다. TV판에서 등장하지 않은 제 3의 인물을 살짝 보여주는 대어급 떡밥이야 말로 극장판 [에반게리온: 서]의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 [에반게리온: 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カラー/ GAINAX.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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