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영화 세상
2008. 9. 4. 10:21
소리로 보라! 이 카피를 읽을 때 마다 참 절묘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시각과 청각은 서로 연결되면서 공감각이라는 아주 특별한 감각을 우리에게 전해주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스칼렛 홈씨어터는 단순하던 영상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어지님이 맘마미아라는 뮤지컬 영화의 개봉에 맞춰 본인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각 작품을 손꼽아 떨어놔 주셨습니다. 그럼, 모두 함께 뮤지컬 영화를 제대로 즐겨보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스칼렛 홈씨어터 블로그 편집자주)
영화라고 하면 거의 가리는 것 없는, 말 그대로 잡식성인 편이지만 웬일인지 뮤지컬 영화만큼은 그다지 재미있는 줄 모르겠더군요. 배우들이 중간에 대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그래서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이 뭥미...' 하게 만드는 뮤지컬 특유의 시퀀스들이 저는 정말 싫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중에는 주로 디즈니가 뮤지컬로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유명한 인기작들이 저에게는 모두 흥미롭지 않더군요. 그리하여 차라리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진짜 뮤지컬이라면 모를까,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내게는 영 아니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되었죠. 급기야 ‘제가 뮤지컬 영화에 알레르기가 있어서’라는 표현을 거의 관용구처럼 사용하곤 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도 예외가 되었던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 물랑 루즈(바즈 루어만 감독)
- 헤드웍(존 카메론 미첼 감독)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줄리 테이머 감독)
그렇다고 제가 완전한 뮤지컬 영화의 팬이 된 것은 아닙니다. 위의 세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본 많은 뮤지컬 영화들 가운데 저 자신이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일부에 불과합니다. <시카고>(2002), <드림걸즈>(2003), <헤어스프레이>(2007) 등이 모두 춤과 노래 참 잘하고 영화도 잘 만든 건 알겠지만 나는 그리 좋은 줄 모르겠다는 영화들이었고, 특히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2007)는 다시 한번 '나는 정녕 뮤지컬 영화들과는 좋은 인연을 맺을 수가 없는 것일까'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뜨리기까지 했습니다.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이 경험은 그때까지 제가 뮤지컬 영화에 대해 갖고 있었던 수수께끼를 마침내 풀 수 있게 해줬습니다. 뮤지컬 영화는 줄거리 보다 음악 취향에 따라 좌우되는 장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특정 뮤지컬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그 영화 안에서 불려지는 음악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결정된다는 겁니다. 제가 좋았던 뮤지컬 영화는 그 음악이 좋았던 것이고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작품은 그 음악이 제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뮤지컬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비결이란 다른 영화들을 보기 전에 갖게 되는 기대, 즉 내러티브나 배우들의 연기가 구현해내는 사실성 보다는 그 작품에 담긴 음악을 최우선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것은 결국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 음악들이 주로 나오는 뮤지컬 영화는 웬만해선 재미있게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됩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 레퍼토리를 갖춘 작품인데도 뮤지컬 영화에 적합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춤과 노래를 전혀 즐기지 못하게 되고, 그리하여 작품 전체를 실망스럽게 받아들이는 안타까운 경우는 최소한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영화를 통해 전에 몰랐거나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기회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 맘마이아!(필리다 로이드 감독)
영화를 고르는 일이야 각자의 선택이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제 보게 될 영화가 뮤지컬이라면 뮤지컬 영화를 보는 좀 더 재미있는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맘마미아!>도 현실적으로 저게 말이 되냐 안되냐를 따지기 보다는 배우들의 춤과 노래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서 즐기는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음악을 즐기다 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뮤지컬이란 본래 단순한 내러티브와 뻔한 엔딩을 목표로 달리는 장르입니다. 단순한 골격을 세워놓고 그 안을 음악으로 채워 넣은 장르랄까요. 심지어 내용을 다 알고도 보고 또 보곤 하지 않습니까? 뮤지컬 <맘마미아!>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소재나 줄거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름아닌 아바의 음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 <맘마미아!>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아바의 음악을 들으러 간다고 생각하시면 최소한 실망스러운 경험으로 남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퀸의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뮤지컬 <위 윌 락 유>입니다.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가 대성공을 거두자 따라쟁이처럼 만든 또 하나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죠. 뮤지컬을 좋아하는 지인은 2년 전에 이미 런던에 가서 보고 왔고 OST도 갖고 있더군요. 최근엔 국내에서도 공연을 하던데 좀 기다리지 않고... 물론 오리지널 팀의 공연을 본다는 의미는 있겠지만요. 아무튼 이 작품도 스토리는 전혀 기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퀸의 음악은 듣고 싶습니다. 퀸의 음악이 새롭게 연주되는 광경을 보다 보면 내용도 따라가게 될 테니까요. 뮤지컬은 공연 예술 자체의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얘기입니다만, 뮤지컬 영화란 설령 다 아는 줄거리라 할지라도 그 음악 때문에 여전히 즐거울 수 있는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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