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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 [Modern Guilt]

뮤직 박스 2008. 8. 29. 17:42
영민한 'Loser'의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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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장르적으로는 얼터너티브와 정신적으로는 패배자 정서가 전체 음악 신(scene)을 지배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와 라디오헤드의 <Creep>, 그리고 벡의 <Loser>가 있었다. 너바나가 잔뜩 성난 음악으로 주류 음악의 판도를 얼터너티브로 바꾸며 전 세계 골방소년들의 손에 기타를 쥐게 했다면, 라디오헤드는 세기말 젊은이들의 시니컬한 감정을 음울하지만 낭만적으로 노래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벡은 이들과는 다르게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패배자(loser)의 태도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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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은 다양한 장르의 믹스 앤 매치로 실험실의 음악을 했지만, 그것은 의외로 평단과 대중의 엄청난 호응을 일으키며 가장 성공한 패배자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바로 얼터너티브의 유행 속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얼터너티브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벡이 이렇게 영민할 수 있었던 데에 그의 남다른 태생과 관련이 있다. 벡의 외할아버지는 플럭서스 운동의 선구자였고 외할머니 역시 배우이자 시인, 그의 어머니는 앤디워홀과 관련이 있었으며 아버지 또한 뮤지션이었던 등 그의 주변을 둘러싼 많은 이가 대중문화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며 자란 탓에 벡의 음악은 '잡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것들이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혼재나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창의적인 혼합과 승화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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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험적인 벡의 음악은 쉽고 가볍고 듣기 좋은 이지 리스닝용이 아니다. 하지만 7월 8일, 자신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발매한 이 10번째 정규앨범 [Modern Guilt]는 그의 올드팬은 물론 벡이 낯선 새로운 팬 모두를 만족시켜줄만한 앨범이다. 그렇지만 그의 신보에 날스 버클리의 데인저 마우스가 프로듀서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과연 벡과의 공동 프로듀스로 어떤 앨범이 탄생될 것인가에 모두 기대 반 근심 반으로 가득했다. 둘 다 전방위 뮤지션이라는 점은 같지만 서로 달라도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벡이 거울의 앞면이라면 데인저 마우스는 거울의 뒷면과 같은, 빛 혹은 어둠으로 배치되는 음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꽤 만족할만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었다. 서로의 장점을 끌어 모았지만, 특유의 벡스러움은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의 <Loser>같은 파급력은 없지만, 멀게는 [Odelay](1996)부터 가까이는 [Sea Change](2002) 앨범과 비견될 만하다. 항상 실험적이고 난해했던 그의 디스코그래피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벡만의 냉소적이고 우울하지만, 가볍고 재치있는 터치 또한 여전하다. 3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또렷하고 분명한 앨범이다. 그래서 모자라거나 부족함이 없으며, 그렇다고 과장되거나 넘치지도 않는 중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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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의 2년 만에 돌아온 이 신작은 일단 시작부터 반응이 좋다. 빌보드 앨범 차트 4위, UK차트 10위에 오르고, 올뮤직가이드, 롤링 스톤, 모조, 큐 등 많은 유력 음악 매체에서 별 4개 이상의 평가를 받아낼 정도로 작품적 평가 면에서도 점수가 후하다. 벡의 앨범은 늘 그렇듯이 한 번 듣고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진정성을 발견하게 되는 깊은 앨범이다. 그가 아직도 패배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없는지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는 1994년 <Loser>를 부르외치던 영특한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 제공 : Universal Music Korea

글. 매거진 프라우드 김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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