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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더위가 지나고 낙엽이 하나, 붉은 물을 들이는 가을을 지나 이제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을씨년스러운 계절에는 고독을 코트 깊숙이 숨기고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면 세상에 혼자인 듯한 그런 깊은 고독감이 몰려들죠. 이런 계절에는 홈씨어터의 깊은 우퍼에서 울려 퍼지는 재즈가 아주 제격입니다 

그런 음악 하나를 엑스캔버스 홈씨어터 블로그의 필진이신 축구왕 피구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음악이야기 같이 한번 들어보시죠. (스칼렛 홈씨어터 블로그)


재즈의 명곡이라는 'Mo' Better Blues'. 재즈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이 연주 곡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며, 지금도 많은 음악 팬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한 재즈 곡이다.


아마 'Mo' Better Blues' 라던가 혹은 스팅의 앨범에서나 재작년에 있었던 내한공연으로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사람도 꽤 있을지 모르겠지만, 브랜포드 마샬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마살리스 뮤직을 설립한 이후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를 포함한 마샬리스 가(家)는 재즈계에서도 로얄 패밀리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음악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잠깐 그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동생인 윈튼 마샬리스처럼 현재 재즈계에는 40∼50년대식 스탠더드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이 여전히 필요해요. 대신 저는 지금 접할 수 있는 음악 정보와 옛날의 연주 방식을 통해 현 시대를 음악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음악을 표현하는 시점은 바로 현재 시점이거든요.”(브랜포드 마샬리스)

스탠더드 재즈를 추구하는 그의 동생 윈튼 마샬리스와 마찬가지로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음악 역시 정통 재즈는 물론 클래식 연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탠더드 만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는 아니며, 연주에서는 실험성과 즉흥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그의 연주가 지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느낌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지금의 쿼텟 멤버를 구성하기 전, 그는 자신의 오랜 음악동료이자 스팅의 앨범에도 함께 참여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 케니 커클랜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그의 죽음으로 생긴 공백 문제도 잠시. 브랜포드 마샬리스는 피아니스트를 조이 칼데라조로 교체 후 다시 쿼텟 멤버를 구성하게 된다.

이후 멤버를 정비한 후 브랜포드 마샬리스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존 콜트레인이나 소니 롤린스와 같은 선배들의 곡을 재해석해낸 <Footsteps of Our Fathers>, <Romare Bearden Revealed> 앨범을 통해 호평을 얻어낸 것은 물론, 뒤이어 재즈의 명반으로 통하는 <Eternal>을 발표하게 된다.


<Eternal>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긴 곡들도 별 부담 없이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범 첫 곡 'The Ruby And The Pearl'에서 브랜포드 마샬리스는 소프라노 색소폰을 이용해 원곡보다도 더욱 근사하게 해석해냈다.

'The Ruby And The Pearl'과 함께 앨범에서 가장 익숙한 곡은 역시 'Gloomy Sunday'이다. 이 노래는 원곡과 마찬가지도 음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격정적이고 진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새로 수록한 쿼텟 멤버들의 자작곡 역시 다른 스탠더드 곡들 못지않게 훌륭한 곡들이다. 듣기에 편안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이들의 재즈 발라드 곡들은 더 이상 브랜포드 마샬리스 쿼텟이 존 콜트레인을 답습하는 쿼텟이 아닌 그에 못지 않은 수준에 이른 쿼텟임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곡은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직접 쓴 마지막 곡 'Eternal' 이다. 이 노래는 무려 17분을 넘을 정도로 긴 곡이지만 시간을 초월하여 치밀한 구성과 멤버들의 호흡, 그리고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들을 담아 낸 듯한 표현력이 일품이다.


보통 재즈 발라드 앨범이라고 하면 따분하거나 그냥 듣기에 말랑말랑한 감미로운 멜로디로 채운 음반을 연상하기 쉬운데, 이 앨범은 존 콜트레인의 최고작 중 하나인 Ballads(1961)에 필적한다는 평가와 함께 재즈 발라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극찬을 받은바 있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연주도 안정적이지만, 피아니스트인 조이 카델라조나 베이스의 에릭 레비스 그리고 드럼을 맡은 제프 테인와츠와 같은 다른 쿼텟 멤버들의 연주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특히 피아니스트인 조이 카델라조는 이 작품에서 작곡에서나 연주에서나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절제에 포인트를 맞추면서도 실험적인 요소와 대중성마저도 모두 놓치지 않고 있는 작품이 바로 <Eternal> 앨범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 <Eternal>와 같은 재즈 발라드 앨범만 있더라도 한층 외로움이 덜 하지 않을까 싶다. 재즈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깊어간다.

  축구왕피구(음악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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